나는 작업을 할 때마다 풀꽃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오랜 시간 풍광을 즐기고 수많은 풀꽃과 이야기를 나눈다. 오감을 열고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가슴으로 느낀다. 나의 작업은 눈으로 보이는 혹은 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인 작업으로 내가 한다는 것보다 하여지는 것이고 무의식 세계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듯 풀꽃들이 피어나기도 한다. 색색이 묻은 붓끝으로 지도 없이 신세계를 만나듯! 자유로운 영혼처럼!

때로는 막연한 상상력 작동으로 작업을 시작하지만 처음 생각과 다른 작품이 나오는 경험을 수없이 하기도 한다. 작가 스스로 작업의 도를 벗어나는 순간은 또 다른 나에게 묻고 싶은 의문이기도 하다. 작업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저절로 되어지는 것이어야 나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듯 수많은 풀꽃을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은 잠재되어 있던 기억들을 생성하여 치유하고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

작품은 작가에게서 독립해 나가는 순간 그림의 의미는 작가가 아니라 관람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작품을 만난 사람들도 풀꽃처럼 지도 없이 떠나보는 자유로움을 느끼기를 바라며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길 바란다. 다시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관람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