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 보랏빛, 흔들림 속 고요한 휴식-이우현展 - 'Nocturne'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6/03/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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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흔들림 속 고요한 휴식-이우현展 - 'Nocturne'
16일부터 갤러리 일호에서

하성인 기자 | press017@naver.com
 

▲ 이우현作 녹턴_1506, 60.6x50, oilon canvas.2015.
(서울=국제뉴스) 하성인 기자 = 작가 이우현의 그림은 우연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흘러내리는 물감 속에서 새롭게 창조되는 예측 불가능한 장면들을 포착해낸 후, 자신의 붓질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인간존재를 담아낸다.

우연성 위에 존재를 담는 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모순된 행위에 가깝다. 의도가 배제된 우연적 효과 안에 존재를 표현한다는 것은 의미로 점철된 인간존재를 그저 흔들리는 점들 중 하나로 치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가 수 많은 덧 칠로 얻게 된 그림 속 깊이 있는 색감은 단순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말하는 것 같지 않다. 그 안에는 우연적이지만 확고한 인간 존재의 무게 감이 드러난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이다"라고 말했다.

이우현 작가가 포착하는 우연성 속 존재감은 인간이 늘 상 직면하는 불안과 가깝다.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물감 안에는 순간의 선택 위에 놓인 인간 존재의 불안감이 내포되어 있다. 작가는 캔버스라는 우주 안에서 제 멋대로 불안하게 펼쳐지는 물감의 형태와 색감을 부정하지 않는다. 예상할 수 없는 화면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그의 대담함은 마치 인간은 불안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외치던 실존주의자들의 그것과 같다.

작가는 그가 수용해 낸 우연적으로 창조 된 화면 위에 끊임 없는 붓질로 자신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으로,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로, 우연하게 흘러가던 물감들이 오묘한 형태를 이루며 존재감을 내뿜는다. 한 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인간 존재의 불안감이 선택 가능성을 지닌 자유로움의 초석이 되었듯이, 흘러내린 물감의 흔들림이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존재의 무거운 단면으로 재창조 된다.

작가가 우연성 속에서 존재감을 포착해내고자 사용하는 색채는 보랏빛이다.
타오르는 정열의 붉은 색 위에 음울하고 고독한 푸른색이 얹혀져 만들어진 보라의 이중적인 색감은 금새라도 흩어질 듯 하지만 매 순간 삶을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모순성과 닮아 있다.

작가가 그려낸 풍경들은 모호한 경계로 이루어져 흐릿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보라 빛으로 채워진 색 면들은 마치 무겁고 깊은 덩어리처럼 느껴지면서 그림 안에 조밀한 밀도 감을 형성하고 있다.

가벼운 흐릿함과 무거운 깊이가 공존하는 그림 속 장면은 붉음과 푸름의 사이를 수 도 없이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인간 존재의 숭고한 단면을 보라 빛 풍경들에 담아낸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은 인간 존재의 모순으로 점철 된 보랏빛 세상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발견하게 된다. 보라색이 지닌 몽환적 낭만성이 주위를 감싸는 따뜻한 기운을 불러일으키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풍경이 흐릿한 기억 속 감수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평화로움은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관점에서 기인한다. 그는 불안함으로 점철 된 인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그 흔들림을 수용하고 그 안에서 보랏빛 세상을 끊임 없이 매만진다. 그렇기에 그 것은 고군분투로 점철 된 과정이지만 여기 불안한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달콤하게 다가오는 둥근 보랏빛 풍경, 꿈 속에서 본 것 같은 흐릿한 그 곳, 고요한 언덕에서 홀로 웃음짓고 있을 나무 한 그루.

이우현 작가가 그려낸 그림은 이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그래도 괜찮다며 조금 쉬고 힘내어 보자며 손 내미는 조그마한 쉼표이다. 그 손을 잠시 잡고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자. 보랏빛 흔들림이 주는 고요한 휴식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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