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잔혹동화' 같은 김유성의 부서져버린 시간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6/12/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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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 '잔혹동화' 같은 김유성의 '부서져버린 시간'

기사등록 2016/12/05 17:13:38 
【서울=뉴시스】김유성,슬픈 거짓말, 91 x72.7cm ,oil on linen ,2016 2016-12-05

【서울=뉴시스】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온갖 파편들이 쏟아져 내린다. 텔레비전, 전화기, 침대, 소파, 시계, 인형, 신발, 책… 당연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부서지고 또 다시 부서지며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으로 가라 앉는다. 

깨지듯 시끄러운 소리가 요동칠 만도 한데, 희한하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부서지고 흩어지며 사라지는 모습이 고요하기만 하다. 마치 우주의 공간처럼. 

‘심리적 사유의 공간’을 그리는 작가 김유성(35)의 신작 ‘부서져버린 시간’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작업노트에 스케치해 둔 것을 바탕으로 그렸다. 부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과 파괴에 대해, 동시대를 겪으며 간직하게 된 낱낱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붉은 색을 주로 사용하는 그의 작업은 마치 잔혹 동화 같다. 언뜻 보면 예쁜 삽화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몽환적이고 오싹한 기운마저 돈다. 머릿속엔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나 장화홍련전’ 같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저에게 그림은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와 같아요. 그림을 통해 어제까지 알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중이죠. 상상의 공간 조차 무의식 속에서 경험한 실재 공간이라고 믿습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오가는 묘한 순간을 포착해 작업하는 그는 관계에 대한 고민,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뉴시스】김유성, 부서져버린시간 80.4 x 116.7cm oil on linen 2016. 2016-12-05
“타인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그 속에서 다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호기심도 생겼어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탐구하는 게 재미있기도 했고요. 저의 콤플렉스와 스트레스도 들여다봅니다. 그러면서 상상 속 심리적 공간을 만들었죠.”

그 상상 속 심리적 공간에는 종종 거울이 등장한다. 작가의 그림 속 거울은 하나의 매개체다. 

“제가 그리는 공간은 밖인지 안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방 안인데 바깥으로 조금 연결이 된 건지, 바깥인데 안쪽의 공간이 열려 있는 건지 모호하죠. 그 때 등장하는 거울이 바로 소통의 창구입니다. 거울을 통해 다른 세계가 들어오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하죠.”

‘슬픈 거짓말’이라는 작품 속 올빼미도 마찬가지다.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제3의 감시자와 같은 존재이기도 한 올빼미는 또 다른 현실을 갈구하는 야릇한 존재로 침대 위에 앉아 관람객을 주시한다. 올빼미와 교감하면 그림 속 공간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이 작품도 역시 붉은색이 주를 이루지만 채도를 확 낮췄다. 붉은빛 하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핏빛의 자극적이고 화려한 기운이 아닌, 차분하고 서늘하면서도 은근하게 다가오는 색감이다.

【서울=뉴시스】빛바랜 추억 91 x72.7cm ,oil on linen ,2016 2016-12-05
작가는 “상처와 아픔을 그리면서도 그 안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열정을 표현할 수 있는 색깔로 붉은색을 사용하고 있다”며 “대신 채도를 낮춰 빛 바랜 추억과 함께 확장된 모호한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기 잖아요. 제 그림을 통해서 심리적 치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작은 위안이라도 얻기를 바랍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이야기도 하고, 또 새로운 공간과 세계에 대한 상상도 하면서요. 그렇게 잠시 쉬어 가면 어떨까요?”

서울 종로구 와룡동 갤러리 일호에서 12월6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부서질 시간의 기억’에서 김유성 작가의 작품의 만날 수 있다. 

◆ 작가 김유성 =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2007)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학과 서양화 졸업(2011)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kunstashle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