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내 감정은 어떤 빛깔? 그런게 바로 `추상` 인 거죠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3/04/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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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ney `아름다운 TV 갤러리` 출연 서양화가 하태임
11일부터 서울 종로 `일호` 서 전시회
기사입력 2013.04.11 0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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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캔버스 위에 알록달록한 띠가 어지럽게 놓였다. 강렬한 원색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단색(單色) 같지만 볼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고, 여러 색들이 오묘하게 녹아 있는 듯하다. 서양화가 하태임(40)의 ’컬러밴드’다. 그의 작품을 논할 때 ’컬러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저마다 색을 입은 긴 밴드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캔버스를 채운다.

’컬러밴드’로 한국 추상미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그를 최근 서울 충무로 매일경제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M머니 ’아름다운 TV갤러리’(10일 방송) 녹화를 위해 M머니 스튜디오를 찾았다. 미술을 주제로 한 토크쇼에 단독으로 출연하기는 처음이다.

"제가 원래 음악을 전공하려다가 무대공포증이 있어서 포기했어요. 이번 방송도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낸시랭’ 정도는 돼야 방송이 잘 터질텐데…." 스튜디오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야 해서 그는 넓은 화판을 갖고 왔다. ’컬러밴드’를 보여줄 예정인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게 단순해 보여도 컬러밴드 하나 칠하는 데 이틀 정도가 걸려요. 화판을 뉘여놓고 말리고, 다시 그리거든요. 그런데 스튜디오에서는 세워서 그려야 해서 어떻게 보여드릴지 고민이에요."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는 추상미술이다. 추상미술은 대중에겐 고등학교 시절 ’뜨거운 추상은 칸딘스키, 차가운 추상은 몬드리안’ 식으로 외운 상식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추상미술이 엄청 인기가 높아요. 가장 쉬운 게 추상미술이에요. 추상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관람자의 입장에서 감정을 반영할 수 있어요. 색이나 도형은 보는 순간 느끼잖아요."

그가 색깔에 천착하게 된 계기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추상화를 그렸던 것은 아니다. 작품 초기 시절에는 일그러진 얼굴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통을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그렸다. 그 과정에서 검정색, 갈색으로 감정을 표현할 때 색을 쓰면서 ’컬러’의 매력을 알게 됐다.

"감정이입을 하기 딱 좋은 소재지요. 예를 들어 노란색을 보면 각자의 기억이 있잖아요. 해바라기 밭이 생각나든지, 유채꽃이 떠오를 수도 있고요. 아니면 날씨 좋은 날 낮잠을 자던 중 느꼈던 햇빛 등…. 언어가 필요 없어요. 색깔을 인식하고 관람자의 기억에 따라서 감정이 펼쳐지는 것. 그런 게 추상인 거지요. 길거리의 네온사인, 신호등의 불빛을 보면서 느끼는 인상들이 모두 추상화를 볼 때 느끼는 감정과 같은 과정이라고 보시면 돼요."

추상미술의 선구자 하인두 작가의 딸이기도 한 그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삼육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 혼자 작업해야 하는 미술과 달리 수많은 학생들과 부딪치며 소통해야 하는 교수 일이 어렵지는 않을까.

"오기 전에도 학생들과 상담하고 왔어요.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세대 차이에 가끔 놀라요. 젊은 사람들의 언어로 우리 작품을 설명하고 학생들과 공감대도 형성하고 싶어요." M머니는 11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종로 갤러리 일호에서 하태임 전시회를 연다. 하태임은 "’통로’ 시리즈를 소개할 예정이다. 컬러밴드가 시간에 따라 변해왔는데,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