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매거진] 이앙 <감맹자>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5/01/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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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다는 것은 눈, 귀, 혀, 코, 피부의 감각 기관을 통한 어떤 자극일 수도 있고,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정일 수도 있다. 작가 이앙은 색을 보아도 무슨 색인지 알지 못하고, 글을 보아도 읽을 수 없는 색맹자나 문맹자가 있는 것처럼, 내외면의 어떤 자극이 있어도 잘 느끼지 못하는 감맹자가 현재에는 더러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도 과연 감맹자일까? 작가는 생소하게 들리는 감맹이라는 단어를 우리에게 익숙한 시력검사기와 색맹검사 이미지를 통해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감성테스트’라는 독특한 자신만의 언어로 우리가 감맹자인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보게 하는 이앙의 이번 전시는 12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호 갤러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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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검사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Love EQ’는 인간의 본능과 가장 맞닿아 있어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성(性) 이미지를 이용해 만든 설치물이다. 원래 있어야 할 물고기, 자동차, 문자 등의 기호들은 남녀의 실루엣으로 대체되어 화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관계가 점점 강해지는 이미지들을 보여주는데, 시력을 감성으로 바꿔 생각하면 2.0의 이미지를 잘 보는 사람들이 감성지수가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밖에, 학창시절 신체검사 때 마주했던 색맹테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실크스크린 작품들은 낮은 채도의 색들과 보색의 대비,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이용한 단순한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는 화면은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데, 만약 화면을 보고 무언가를 바로 떠올렸다면, 작가가 의도한 이미지를 보았든 아니든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작가는 같은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껴도 감맹이 될 수 있다며 경계한다. 작가는 자신이 기르던 선인장의 죽음이 반복되었을 때 처음 느꼈던 놀람과 안타까움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는데, 작가가 느낀 감정의 무뎌짐은 작품 ‘선인장’에서처럼 균일한 간격의 스트라이프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이미지들로 우리의 감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가 이앙의 이번 전시는 수많은 새로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언가를 느껴도 느끼지 못한 채 점점 고립되어 가는 사람들의 감정의 메마름을 느끼게 했다. 이를 통해 내가 감맹자인지 아닌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재밌지만, 가볍지 않은 유익한 시간을 가져다 준 전시였다.

에디터 > 박미애